나라 밖에서 돌아다닌 이야기/일본

🌊 도쿄 팀랩 플래닛 방문기 — 빛과 물 속에서 보낸 오후

푸른빛이리 2026. 5. 1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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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7 (목) | teamLab Planets TOKYO, 도요스


도쿄 여행을 계획하면서 팀랩 플래닛(teamLab Planets TOKYO)은 애초에 리스트에 없었다.

너무 유명하다 보니 오히려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인스타용 아닌가?' 하는 삐딱한 마음이 있었달까. 근데 배우자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가게 됐는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틀렸다. 완전히.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팀랩 플래닛이 딱 그런 곳이다.


📍 도쿄 도요스, 그리고 접근성

위치는 도쿄도 고토구 도요스(豊洲). 워터프론트 지구에 자리 잡은 곳으로, 유리카모메선 신도요스(新豊洲)역 북쪽 출구에서 나오면 건물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도보 1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도쿄 시내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긴 하지만, 유리카모메 노선 자체가 창밖으로 도쿄만(東京湾)이 보이는 구간이라 오가는 길도 나름대로 여행의 일부가 된다.
도요스역 7번 출구에서도 걸어서 10분 정도라 두 가지 루트 모두 가능하고, 긴자에서 출발한다면 전용 유료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다. 단, 긴자나 쓰키지 방면에서 오는 도영 버스(도-05-2번)는 요즘 혼잡이 심하다는 공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 예약 — 현장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팀랩 플래닛은 완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나는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현장 창구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당일 즉흥적으로 방문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https://teamlabplanets.dmm.com/en/guide/access_method

 

Access - teamLab Planets TOKYO Official Ticket Store

This is the access for customers coming by taxi, train or bus to teamLab Planets TOKYO.

teamlabplanets.dmm.com

 
입구 앞 대기 줄을 보면서 실감했는데,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꽤 길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주변을 둘러보니 동양인보다 서양인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는 것. 미국, 유럽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알고 보니 이게 그냥 느낌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이기도 하다. 팀랩 공식 자료에 따르면 방문객 국적 비율이 도쿄 전체 외국인 관광객 분포와 유의미하게 다를 만큼, 미국·호주·캐나다·영국 등 먼 나라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어쩐지 아시아 관광지라기보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작품 순례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더라니.
참고로 티켓은 QR코드 방식이고, 입장 당일 0시 이후에 QR이 활성화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게이트에 갖다 대면 바로 입장.


🎬 입장 직후 —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한다

입장하고 나서 바로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먼저 단체로 소개 영상을 시청한다.

팀랩 플래닛이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진 공간인지, 각 구역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영상인데, 길지 않아서 부담은 없다.
그 자리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 무료 캐비넷에 보관한다. 배낭처럼 큰 짐도 함께 맡길 수 있어서 몸이 가벼워진다. 이게 사소한 것 같지만 꽤 중요한데, 짐을 들고 돌아다녔으면 체험이 훨씬 불편했을 것 같다.
복장에 대한 팁을 하나 드리자면 — 사전에 반바지를 권장한다는 안내를 봤는데, 실제로 가보니 무릎 위까지 여유 있게 걷어 올릴 수 있는 바지가 맞다. 정확한 이유는 Water 구역에 들어가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 Water 구역 — 발이 물에 닿는 순간, 이미 작품 속에 있다

나는 배우자와 함께 Water 구역부터 시작했다.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물이 있다. 그냥 물기가 있는 게 아니라, 무릎 아래까지 차오르는 물 속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반바지 혹은 바지를 걷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발이 물에 닿는 순간 이미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이 공간의 공식 작품명은 '사람과 함께 춤추는 잉어가 그리는 수면 위의 드로잉 — Infinity'다. 이름이 길지만 실제로 보면 이름 그 자체다. 수면 위에서 디지털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데, 사람이 물속을 걷기 시작하면 잉어들이 내 움직임에 반응해서 방향을 바꾸고, 나와 부딪히는 순간 꽃이 되어 흩어진다. 그리고 그 꽃은 계절마다 바뀐다고 한다. 5월 초에 방문한 덕분인지 꽃의 색감이 봄답게 화사했다.

중요한 건 이게 미리 녹화된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계속 그려내는 작품이라, 지금 이 순간의 그림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나와 배우자가 물속에서 움직이는 동선이,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드로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셈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보니 같은 공간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 The Infinite Crystal Universe —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Water 구역을 나와서 들어간 곳이 크리스탈 유니버스였다. 팀랩 플래닛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공간.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다. 수천 개의 LED 구조물이 수직으로 매달려 있고, 공간 전체가 거울로 이루어져 있어 반사가 무한히 이어진다. 특정 색으로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색이 변하고, 음악과 연동되어 빛의 리듬이 달라진다. 어디를 봐도 끝이 없다는 느낌, 우주 공간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은 감각이 진짜로 든다. 진부한 표현인 걸 알지만 그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공식 설명을 보니 이 작품도 단순한 LED 전시가 아니다. 광점(光點)들의 집합으로 입체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인터랙티브 작품이고, 방문객이 팀랩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직접 공간의 색상 구성요소를 집어넣을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요소와 옆 사람이 선택한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실시간으로 우주를 만들어가는 구조다. 거기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 Soft Black Hole — 마지막 며칠, 아슬아슬하게 만난 작품

이 작품은 솔직히 가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그냥 '쿠션 같은 바닥이 있는 공간'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들어가보니 체험이 꽤 독특했다.

공식 이름은 '소프트 블랙홀 — 당신의 신체가 곧 공간이며, 공간은 곧 타인의 신체다'. 바닥이 부드러운 소재로 되어 있어서 체중을 실으면 발 주변이 푹 꺼진다. 단순히 푹신한 게 아니라, 내 몸의 무게와 위치가 공간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컨셉이다. 옆 사람이 움직이면 그 여파가 나한테도 느껴지고, 나의 움직임이 또 다른 사람의 공간에 영향을 준다. 작품명처럼 '내 신체가 곧 공간'이 되는 감각이 신기하게도 실제로 느껴진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작품이 5월 10일(일)을 끝으로 전시 종료 예정이었다. 리뉴얼에 들어간다고. 방문한 날이 5월 7일이었으니 불과 3일 남은 시점이었다. 알고 나서 괜히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 Garden 구역 — 13,000송이 꽃 속에 서다

Garden 구역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Water나 Crystal Universe의 강렬함과는 다른, 좀 더 조용하고 몽환적인 공간이다.
공식적으로는 '플로팅 플라워 가든'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에는, 말 그대로 꽃들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촘촘히 매달려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다. 그냥 장식용으로 걸어놓은 게 아니라 음악의 리듬에 맞춰 위아래로 움직인다.

잔잔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마치 공간 전체가 숨을 쉬는 것처럼. 공식 자료에 따르면 13,000송이 이상의 생화가 사용된다고 한다. 단순히 예쁜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연과 기술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다. 스테인리스 소재로 된 크고 매끄러운 알 모양 구조물들.
 

처음 봤을 때 속으로 '이게 뭐지... 에이리언 에그?' 하고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이 나를 보며 "Alien eggs, right?!" 하고 웃더라 ㅋㅋ.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알고 보니 이 구조물들은 '공명하는 너서리 램프(Resonating Lamps)'로, 구체에 충격을 주면 색이 바뀌면서 고유의 음색이 울려 퍼지고, 그 색과 소리가 주변 구체들로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작품이다. 에이리언 에그처럼 생겼지만 건드리면 빛과 소리로 반응하는, 전형적인 팀랩식 인터랙티브 설치물이었다.


🎠 Forest 구역 — 어린 시절 놀이터가 어른용으로 돌아왔다

2025년 1월 리뉴얼 때 새로 생긴 구역이다. 이 구역은 솔직히 '아트'보다는 '체험 놀이터'에 훨씬 가까운 느낌이다.

크게 세 개의 존으로 나뉘는데, '운동의 숲'은 입체적인 공간에서 몸을 직접 움직이며 탐색하는 공간이고, '잡아서 모으는 숲'은 멸종 위기 동물들을 테마로 한 인터랙티브 설치물이 있으며, '배우자! 미래의 놀이공원'은 이름 그대로 점프하고 뛰어다니며 공간의 반응을 유도하는 구역이다.

바닥이 쿠션 소재로 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발을 딛을 때마다 주변 영상이 반응한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곳에서 뛰어다니게 될 줄은 몰랐는데 — 정말 신기하게도 다들 그냥 뛰어다닌다.

서양인 어른들도 한국인 어른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뭔가 어린 시절에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그 감각이 소환되는 공간이랄까.

일일이 다 체험해봤는데, 나올 때 쯤엔 생각보다 체력이 꽤 쓰였다는 걸 실감했다.


🍜 Open-Air 구역 — 식당, 기념품샵, 그리고 현실

모든 구역을 돌고 나면 야외 Open-Air 구역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식당과 기념품샵이 있다.

식당은 교토에서 미슐랭 그린 스타와 빕 구르망을 4년 연속 받은 비건 라면집 Vegan Ramen UZU Tokyo의 도쿄 지점이다. 모든 메뉴가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도쿄 한정 메뉴도 따로 있다. 빵이나 건강식 메뉴들도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비주얼도 좋고 건강해 보이는 메뉴 구성이었다. 다만 가격이 상당하다. 입장료를 내고 나서 여기서 한 끼까지 풀로 먹으면 지갑이 꽤 가벼워지는 수준이라 우리는 그냥 물만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고 나왔다. 기념품샵도 구경했는데 아기자기한 굿즈들이 많아서 충동구매 욕구를 눌러가며 나왔다.
이 식당은 팀랩 플래닛 입장객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도 참고.


⏱️ 실제 소요 시간과 체감 팁

모두 돌아보고 나오니 2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빠르게 훑고 나오면 1시간 안에도 될 것 같긴 한데, 각 공간마다 음악이 다 다르고 앉아서 쉬거나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체험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각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되는 것도 신선한 요소였다.
방문 전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자면:
항목 내용

예약 온라인 사전 예매 필수 (현장 구매 사실상 불가)
복장 무릎 위로 걷을 수 있는 바지 또는 반바지
무료 캐비넷에 신발·양말·가방 모두 보관 가능
팀랩 공식 앱 미리 받아두면 Crystal Universe 등 인터랙션 가능
소요 시간 여유 있게 2시간 이상 잡을 것
식사 내부 식당 있지만 가격 높음, 근처 도요스에 다른 식당들도 많음
운영 시간 8:30 ~ 22:00

📝 마치며 —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이유

팀랩 플래닛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251만 명이 방문했고, 단일 예술 그룹에게 헌정된 미술관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된 곳으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 관광 명소 어워드도 두 번 받았다. 근데 그런 수식어들보다 직접 와서 느낀 게 더 설득력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른들을 위한 키즈카페" — 몸을 쓰고, 뛰어다니고, 물에 발을 담그고, 빛 속에 멍하니 서 있다 보면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계절에 오느냐, 어떤 사람과 오느냐, 팀랩이 어떤 리뉴얼을 했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이 된다고 하니 — 이번에 마감 직전에 봤던 Soft Black Hole이 리뉴얼 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도 궁금하고, 다음에 도쿄에 올 기회가 생기면 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 teamLab Planets TOKYO | 도쿄도 고토구 도요스 6-1-16 | 신도요스역 북쪽 출구 도보 1분 | 운영시간 8:3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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