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에서 돌아다닌 이야기/일본

도쿄 신주쿠 여행기 | 숙소에서 시작된 시계 덕질, Lemnos 팝업까지

푸른빛이리 2026. 5. 1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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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 그레이스리 신주쿠 객실에서

신주쿠에 숙소를 잡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호텔 객실 하나가 여행의 분위기를 꽤 많이 좌우한다. 이번에 묵었던 그레이스리 신주쿠(Hotel Gracery Shinjuku) 는 위치 면에서 완벽했다. 가부키초 바로 코앞이고, 신주쿠 중심 쇼핑 동선과도 가깝다.

그런데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섰을 때,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탁상시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 프레임. 아날로그 시침과 분침. 그리고 오른쪽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온도계와 습도계.

딱히 화려하지 않다. 근데 자꾸 보게 된다.

"이거 어디 제품이지?"

뒤집어보니 Lemnos. 도야마(富山) 발 일본 디자인 시계 브랜드였다.


Lemnos, 어떤 브랜드인가

솔직히 그 전까지는 이름을 몰랐다. 호텔 시계라 그냥 인테리어용 소품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1966년 도야마현 창업. 원래 세이코 협력사로 출발했지만, 1989년 산업 디자이너 카와사키 카즈오¹가 디자인한 벽시계가 굿디자인상²뉴욕 쿠퍼휴이트 뮤지엄³ 영구소장품 에 동시 선정되면서 완전히 다른 궤도에 오른 브랜드다.

지금은 일본 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꾸준히 협업하는 디자인 클록 전문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와타나베 리키(渡辺力) 같은 거장부터 젊은 디자이너까지 시리즈마다 콘셉트가 뚜렷하다.

기능보다 디자인이 먼저인 브랜드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무브먼트⁴는 쿼츠⁵ 기반이라 시계 기술력으로 보는 브랜드가 아니다. "정확하고 오래가는 실용 시계"가 아니라, "공간에 두고 싶은 오브제" 로 접근하면 딱 맞다.


타이밍이 맞았다 — 카리모쿠60 신주쿠 팝업

검색하다가 운 좋게 발견했다.

카리모쿠60 신주쿠점에서 Lemnos 팝업 전시 진행 중 📅 2026년 4월 23일(목) ~ 5월 24일(일) 📍 신주쿠구 신주쿠 4-2-23 신四curumuビル 1F 🕐 평일 12:00~20:00 / 토·일·공휴일 11:00~20:00 (수요일 정기휴무)

내 여행 날짜(5월 7일~9일)와 완벽하게 겹쳤다.

위치도 그레이스리에서 도보 7분 정도, 이세탄 바로 근처였다. 신주쿠산초메역 E6 출구에서 직결이라 비가 와도 편하게 접근 가능하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직접 가보니 —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팝업이라 해서 임시 부스 정도를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니 편집숍 수준의 공간 연출이었다.

벽걸이 시계, 탁상시계를 포함해 브랜드 대표 모델 약 50점이 전시돼 있었고, 제조 공정 샘플과 수리 도구 특별 전시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Edge Clock, eki clock, RIKI PUBLIC CLOCK 등 평소 사진으로만 보던 모델들을 실물로 나란히 볼 수 있었다.

시계뿐 아니라 테이블, 소파, 조명까지 카리모쿠60의 가구와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단순히 "시계 보러 왔다"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공간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진으로는 전달이 잘 안 되는 소재감, 비율, 실제 크기감 같은 게 직접 보면 확 달라진다.

그리고 결국 원하던 시계를 찾았다.


구매 — Lemnos LC25-11 (히노끼 프레임)

호텔에서 봤던 그 시계.

Lemnos 탁상시계 온습도계 프레임 히노끼 LC25-11, 20×11cm 사이즈.

(여기에 시계 실물 사진 첨부)

히노끼(ヒノキ, 편백나무)⁶ 프레임이 주는 옅은 나무 결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아날로그 시계 다이얼 오른쪽에 습도계(Hygrometer)와 온도계(Thermometer)가 하나의 페이스로 통합되어 있는데, 복잡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보가 있어서 더 자주 보게 된다는 느낌.

  • 가격: 8,800엔 (세금 포함, 현장 구매)
  • 국내 최저가: 약 137,000원 (배송 포함)
  • 현지 구매 메리트: 라인업이 다양하고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음

현지에서 직접 보고 고른 물건이라는 게 구매 만족도에 꽤 영향을 준다. 한국에서 이미지만 보고 사는 것과 실물을 보고 고르는 건 다른 경험이다.


총평

이번 신주쿠 여행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이 팝업에 들른 것이다.

Lemnos는 "예쁜 시계 브랜드"라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다. 특정 취향 — 문구, 북유럽 인테리어, 일본 장인 감성,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미니멀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 을 가진 사람에게는 취향 정중앙을 찌르는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정식 유통이 거의 없어서 접하기 어렵고, 있어도 라인업이 제한적이다. 일본 여행 중 신주쿠 동선이 있다면 한번 들러볼 가치가 충분하다.


📌 방문 정보 요약

  • 장소: 카리모쿠60 신주쿠점 1F (신四curumuビル)
  • 주소: 도쿄도 신주쿠구 신주쿠 4-2-23
  • 접근: 신주쿠산초메역 E6 출구 직결 / JR 신주쿠역 신남개찰구 도보 2분
  • Lemnos 팝업: 2026년 4월 23일 ~ 5월 24일 (수요일 휴무)
  • 공식 사이트: lemnos.jp

주석

¹ 카와사키 카즈오(川崎和男): 일본 산업 디자인계 거장, 오사카대 교수 역임 ² 굿디자인상(グッドデザイン賞): 일본 디자인진흥회 주관, 1957년 시작된 일본 최권위 디자인상 ³ 쿠퍼휴이트 뮤지엄: 뉴욕 스미소니언 산하 디자인 박물관. 영구소장 선정은 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 ⁴ 무브먼트: 시계 내부 구동 기계 장치 ⁵ 쿼츠(Quartz): 수정 진동자를 이용한 전자식 시계 방식 ⁶ 히노끼(ヒノキ): 일본 편백나무. 특유의 향과 밝은 목재색이 특징이며 일본 전통 건축과 공예에 널리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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